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그것이 알고싶다 1458회, 진주 수양딸 성폭력 사건의 진실 공방

by 오_다봄 2025. 9. 7.

2025년 9월, S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또다시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1458회에서 다룰 '진주 수양딸 성폭력 사건'은 한 남성의 유죄 판결과 그 이후 시작된 처절한 무죄 주장 사이에서 길을 잃은 진실을 추적하는 여정입니다. 이미 법의 심판은 끝났지만, 진실을 향한 외침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방송 예고를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법적, 심리적 쟁점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재구성: 파국으로 치달은 관계와 엇갈린 진술

뒤늦게 시작된 사랑, 그리고 갑작스러운 파멸


사건의 중심에는 차명근 씨와 정혜란 씨, 두 사람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2년경 만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7년간 동고동락한 이들은 2020년, 끝내 파국을 맞았습니다. 차 씨는 정 씨를 따라 연고도 없던 진주로 이주하고, 그녀의 사업과 노모 부양을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들의 결별은 단순한 감정의 종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차 씨는 정 씨에게 빌려준 수억 원의 금전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그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차 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또 다른 고소장이 접수됩니다. 바로 정 씨의 수양딸 강현진 씨가 차 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것입니다.

 

피해자의 절규: 4년간의 침묵을 깬 고백


고소인 강현진 씨의 주장은 충격적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8년 1월경부터 차 씨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술에 따르면, 차 씨는 "화장실로 오라"고 유인해 옷을 벗기려 했으며, "소리 지르면 네 엄마를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는 끔찍한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범행은 정 씨의 사무실과 강 씨의 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유사성행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그녀의 증언입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강 씨는 가해자에 대한 공포심과 혹시나 어머니에게 해가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그루밍' 및 협박에 의한 심리적 지배 상태를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피고인의 항변: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반면, 피고인 차명근 씨의 입장은 너무나도 단호합니다. 그는 강현진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며, 모든 혐의는 날조된 것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이 더욱 미스터리한 것은 1심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포기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복역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그는 돌연 억울함을 호소하며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공개까지 불사하겠다는 그의 태도는, 성범죄자의 낙인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피고인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차 씨 측은 이 모든 것이 금전 문제로 자신을 고소했던 전 연인 정혜란 씨가 꾸민 '보복성 무고'라고 주장하며, 정 씨와 강 씨의 공모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법적 쟁점과 사법 시스템의 딜레마

'진술의 신빙성'이라는 외줄 타기


성범죄 사건,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는 직접적인 물증이나 목격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비합리적인 부분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유무죄를 가리게 됩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강현진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어머니 정혜란 씨를 포함한 무려 10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차 씨와 강 씨가 서로 아는 사이였다"고 증언했으며, 그중 한 명은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진술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는 유죄 판결의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게임은 끝난 것 아닐까요?! 하지만 차 씨의 반박이 사실이라면, 이는 조직적인 위증과 무고의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지연된 신고의 심리학적 함의


피고인 측에서는 '왜 4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고소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의 '지연 신고'가 매우 흔한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피해 아동은 가해자의 협박, 회유, 그리고 자신 때문에 가족이 해체될 수 있다는 극심한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즉각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한 기억의 파편화나 해리 증상 역시 신고를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신고 시점만을 근거로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고죄의 무게와 사법적 리스크


물론, 차 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이 금전적 다툼에서 비롯된 계획된 무고라면, 이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사법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156조에 명시된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통계적으로 성범죄 고소 사건 중 무고로 판명되는 비율은 약 2~8% 내외로 알려져 있지만, 그 한 건 한 건이 가지는 사회적 파장과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바로 이 지점, 즉 '피해자의 고통'과 '억울한 피고인의 가능성'이라는 양날의 칼 위에서 아슬아슬한 진실 찾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1심 판결의 이면과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징역 7년, 항소 포기의 미스터리


이 사건의 가장 큰 의문점 중 하나는 단연 차명근 씨의 '항소 포기'입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모든 것이 꾸며진 거짓이라면, 왜 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두 번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징역 7년이라는 형을 받아들였을까요? 법률적 조력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 혹은 재판 과정에서의 극심한 절망감 등 여러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 선택이, 그의 유죄를 방증하는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그의 뒤늦은 결백 주장이 과연 진실의 외침인지, 아니면 수감 생활 중 계산된 변명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수 증언의 힘과 잠재적 오염 가능성


10명의 증언은 분명 압도적인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 증인 대다수가 정혜란 씨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면 어떨까요? 법정 심리학에서는 다수의 증인이 공모하거나 특정인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경우, '증언 오염(Testimony Contamination)'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 사람의 왜곡된 기억이나 의도적인 거짓말이 주변인들에게 전파되면서 집단적으로 사실처럼 굳어지는 현상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이들 증인들의 관계와 증언 형성 과정을 얼마나 면밀하게 파고들었는지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진실의 무게, 누구의 삶을 구원할 것인가

'진주 수양딸 성폭력 사건'은 우리에게 진실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만약 차명근 씨가 유죄라면, 그는 자신의 추악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무고'라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 범죄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무죄라면, 우리 사회는 한 남자를 억울한 옥살이로 내몬 거대한 거짓말과 사법 시스템의 치명적 오류를 목격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예고편은 "진실은 누군가의 삶을 구하고, 동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멈출 수 없는 진실게임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진실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오는 9월 6일 방송을 통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